
한때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과학자였습니다. 아이언맨, 헐크, 미스터 판타스틱 등은 모두 지성과 기술력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캐릭터들이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히어로 영화 속에서 과학자 주인공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 변호사, 외계인, 심지어 무직자까지 등장하는 요즘 히어로들은 과학보다는 정체성, 감정, 사회적 역할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콘텐츠 소비자의 변화된 기대와 시대정신의 반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학자 히어로의 전성시대는 왜 시작되었고, 지금은 왜 퇴조했는지를 분석하며, 그 의미를 짚어봅니다.
1. 과학자 히어로의 부상 – 이성 중심 시대의 상징
20세기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과학자 히어로는 현대 문명의 정점과 이상적인 리더상으로 여겨졌습니다.
냉전, 우주 경쟁, 첨단 기술의 시대에는 과학이 곧 미래였고, 히어로 역시 기술적 해결 능력을 지닌 인물이 중심이었습니다.
-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무기 개발자이자 천재 공학자로, 기술만으로 외부 적뿐 아니라 내면의 악까지 정면 돌파합니다.
- 헐크(브루스 배너): 감마선 실험 중 사고로 탄생한 캐릭터. 과학적 오만과 인간의 본성을 상징합니다.
- 미스터 판타스틱(리드 리처즈): 우주 탐사와 실험을 통해 초능력을 얻은 캐릭터로, 팀의 전략가이자 과학의 구현체입니다.
이 시기 과학자 히어로는 지적 능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며, 이성과 합리성의 이상을 대표했습니다. 관객은 이들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2. 과학자 히어로의 퇴조 – 감정과 공감의 시대
2010년대 후반부터, 히어로 영화의 서사는 기술보다 정체성과 감정의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관객의 변화된 관심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술적 해결보다 인간 내면의 갈등, 관계, 성장을 강조하는 서사가 늘어난 것입니다.
-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과학 실력이 있는 학생이지만, 서사의 중심은 과학이 아닌 청소년의 정체성과 책임에 있습니다.
- 완다(스칼렛 위치): 과학자가 아니며, 트라우마와 상실, 자아 붕괴를 중심으로 한 감정 중심 서사로 전환되었습니다.
- 쉬헐크: 변호사이자 히어로로, 과학과는 거리가 있지만 현대 직장 여성의 고충과 사회적 시선을 다룹니다.
기술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서사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인물의 감정, 성장, 사회적 위치가 주요한 드라마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3. 과학자 히어로는 정말 끝났을까? – 새로운 시대의 진화 가능성
그렇다면 과학자 히어로는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요? 결론은 ‘아직 아니다’입니다. 오히려 과학자 캐릭터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 슈리(블랙 팬서의 여동생): 천재 공학자이자 와칸다 기술의 핵심. 과학자이지만 젠더와 문화적 자긍심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 문 나이트의 스티븐 그랜트: 고고학 지식을 가진 박물관 직원. 지식을 통해 초자연적 세계와 연결되는 독특한 유형입니다.
- 미래 캐릭터들: 마블은 다양한 새로운 과학자형 캐릭터를 준비 중이며, 이들은 기존처럼 ‘천재=영웅’이 아닌, 사회성과 감정지능을 가진 입체적 인물로 재구성될 전망입니다.
즉, 전통적인 천재 과학자 히어로의 시대는 줄어들었지만, 과학은 히어로 세계관의 중요한 축으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것은 ‘과학의 사용 방식’과 ‘서사 중심 축’입니다.
결론: 과학자 히어로는 진화 중이다
과학자 히어로의 시대는 단순히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화의 한 과정입니다.
이전에는 과학이 히어로의 ‘힘’이자 ‘정당성’이었다면, 지금은 정체성, 다양성, 감정의 언어와 결합된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오늘날 관객은 초지능보다는 공감 가능한 감정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인물에 더 끌립니다.
- 과학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탐구하는 도구, 또는 인물의 고민을 더 깊게 표현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과학자 히어로는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다시 쓰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이 중심에 다시 설 수 있을지, 아니면 조연으로 남게 될지는 앞으로의 히어로 영화가 어떤 가치와 문제를 중심에 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