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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 속 법과 정의의 철학적 충돌 법의 한계, 초법적 정의, 균형

by Money697 2026. 1. 14.

조커와 배트맨의 담판 장면

 

디스크립션

 

히어로 영화는 ‘법을 지키는 것’과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히어로들이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통해,
법과 정의 사이의 충돌이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봅니다.
히어로의 선택은 법을 초월한 정의인가, 아니면 위험한 독단인가?


1. 법의 한계: 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위기

히어로 영화에서 법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습니다.
부패한 정부, 무능한 경찰, 정치적 타협 속에 정의는 왜곡되거나 실현되지 못한 채 남습니다.
바로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히어로입니다.
예를 들어,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고담시의 부패한 법 집행 기관을 대신해
직접 범죄를 응징하고 도시의 질서를 회복하려 합니다.
그는 법을 따르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시민을 구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법이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철학적으로 이는 ‘합법 ≠ 정의’라는 고전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는 법이 정의로 이어지려면 통치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법은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시스템일 뿐입니다.
히어로가 법을 넘어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이 시민의 삶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히어로는 법의 공백을 메우는 존재로 설정되며,
그 자체가 법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상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는 때로 법 위에 존재하는 위험한 ‘초법적 정의’의 정당성을 관객에게 암묵적으로 설득하는 효과도 가집니다.


2. 초법적 정의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히어로 영화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법을 어겨서라도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히어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때로는 절차를 무시하거나 불법 행위를 감수합니다. 관객은 그 결과가 선하다는 이유로 히어로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보면, 이 지점은 매우 위험한 딜레마의 출발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입니다.
소코비아 사건 이후 정부는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이 민간인 희생을 초래했다고 보고, ‘소코비아 협정’으로 그들을 통제하려 합니다. 토니 스타크는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스티브 로저스는 “통제 자체가 정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입장 모두 정의를 말한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이때 토니의 논리는 공리주의적입니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율성은 제한될 수 있으며, 관리되지 않는 권력은 더 큰 피해를 낳는다고 봅니다. 반면 스티브는 의무론적 입장에 가깝습니다. 도덕 판단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정의는 ‘절차’보다 ‘옳음’의 문제라고 믿습니다. 결국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 간의 싸움이 아니라, 결과주의 vs 원칙주의라는 윤리철학의 전형적인 충돌을 서사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히어로가 법 위에서 행동하는 순간, 그 정의는 곧바로 정당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초법적 정의는 쉽게 “예외의 권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위기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절차를 무시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법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합니다. 배트맨처럼 선한 목적을 가진 인물조차 감시·고문·불법 침입 같은 행위를 지속하면, 그는 시민을 지키는 수호자가 아니라 시민을 통제하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초법적 정의의 판단 기준이 개인의 확신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그 확신이 틀릴 때는 누가 책임을 질까요? 제도는 절차를 통해 오류를 수정할 수 있지만, 히어로의 독단은 검증 장치가 없습니다. 히어로 영화가 “법이 무능하다”는 이유로 영웅을 초법적 존재로 세우는 순간, 관객은 어느새 ‘선한 독재’를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구조에 노출됩니다.

결국 히어로 영화는 초법적 정의를 완전히 찬양하지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법이 불완전한 세계에서 정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관객이 답을 내리게 만듭니다. 초법적 정의는 때로 불가피해 보이지만, 동시에 언제든 폭력과 권력 남용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그래서 히어로 영화가 반복하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정의는 결과가 아니라, 권력을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검증된다.


3. 정의 실현의 조건: 도덕성과 권력의 균형

히어로 영화는 반복적으로 묻습니다.
“정의는 누구에 의해 실현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서사의 주체를 넘어서,
정의를 실현할 자격이 있는 ‘주체’가 어떤 기준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히어로는 초인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넘어서는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이 정당하려면 단순한 선의와 결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덕성과 권력의 균형, 바로 이것이 핵심입니다.

권력은 언제나 위험합니다.
히어로가 선한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그 힘이 감시받지 않거나 절제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독단적 폭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은 신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잃고 점차 인간 사회의 윤리와는 동떨어진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의 결정은 냉정하고 효율적이지만,
거기에는 ‘정의’보다 ‘질서’가 우선하는 기계적인 사고방식만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윤리적 공감과 책임의식이 결여된 권력은 정의의 자격을 잃게 됩니다.

반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덕적 성숙이 히어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피터 파커는 능력을 얻자마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만,
삼촌 벤의 죽음을 계기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그의 선택은 종종 실패하고 고통을 동반하지만,
항상 타인을 위한 선택인가, 도덕적으로 옳은가를 고민합니다.
그는 법 위의 존재가 아니라, 법과 도덕 사이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증하는 주체입니다.

현대 히어로 영화는 이제 정의를 실현하는 ‘힘’보다,
그 힘을 어떻게 제한하고 책임지는가에 더 큰 무게를 둡니다.
즉, ‘힘 있는 자’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보다,
도덕적 자격을 갖춘 자만이 정의를 논할 수 있다는 철학적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도 권력과 도덕성의 긴장 관계,
공적 책임과 감시의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비추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결국 히어로 영화 속 정의는 권력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권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어떤 도덕 기준으로 사용하느냐
에 따라
정당성을 갖게 됩니다.
법을 넘는 결정도 가능하지만,
그 힘이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순간, 히어로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닌 위협이 됩니다.
따라서 정의란,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책임의 윤리 위에 존재해야 합니다.


결론: 법과 정의는 함께 갈 수 있는가?

히어로 영화는 법과 정의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며,
법의 한계와 정의의 복잡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법은 공공의 약속이지만, 정의는 도덕적 성찰에서 나옵니다.
히어로가 법을 넘어 정의를 말할 수 있으려면,
그 판단은 힘이 아니라 윤리와 책임에 기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물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