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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는 이상적인 정의를 제시하는가 분배, 책임, 공존, 집행

by Money697 2026. 1. 16.

영화 '시빌워'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

 

디스크립션

히어로 영화는 '정의 구현'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며,
그 과정에서 선과 악, 질서와 혼돈, 권력과 책임이라는 개념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이 제시하는 정의는 정말 이상적일까요?
이 글에서는 히어로 영화 속 정의의 개념을 분석하며
그 한계와 가능성을 함께 조망합니다.


1. 정의의 표면적 형상: 악을 제거하는 것이 정의인가?

히어로 영화는 일반적으로 정의를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제시합니다.
도시를 위협하는 악당이 등장하고, 히어로는 그 위협을 제거하며 평화를 되찾습니다.
여기서 ‘정의’는 거의 항상 악의 제거와 동일시되며,
정의가 실현된 세계란 곧 악당이 사라지고 시민이 안도하는 상태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서사는 서구 신화적 구조, 즉 '영웅이 괴물을 무찌른다'는 원형에서 기원하며,
오늘날에도 시청자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정의를 지나치게 행위 중심적이며 결과 중심적인 방식으로 축소시킵니다.
히어로가 어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고민하거나,
그 사회가 정의롭지 않았던 이유를 성찰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악은 외부에서 주어지며, 그 악을 제거하는 순간 ‘정의가 복원’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엔드게임》에서 타노스를 무찌르는 일이
우주의 정의를 회복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묘사되지만,
타노스가 말한 자원 고갈과 인구 과잉 같은 문제 자체는 다뤄지지 않습니다.
즉, 악의 동기와 사회 구조는 지워지고,
오직 ‘악을 없애는 행동’만이 정의의 실천으로 자리매김됩니다.

이런 정의관은 관객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정의란 나쁜 놈을 무찌르는 것’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에 익숙해지게 되고,
복잡한 현실의 갈등이나 구조적 문제는 쉽게 간과하게 됩니다.
정의는 구조를 바꾸는 일, 책임을 분배하는 일, 약자를 보호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히어로 영화에서는 종종 단기적이고 영웅적인 해결 방식만 강조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서사는 정의를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개념으로 만듭니다.
‘악’을 규정하는 자가 곧 ‘정의’를 독점하게 되고,
그 정의의 이름으로 어떤 수단이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정의란 개념이 폭력과 구별되지 않고,
‘선한 의도’를 가진 자가 행사하는 모든 행동은
정당하다는 환상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히어로 영화가 제시하는 정의는
이상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단기적인 정화 장치에 가깝습니다.
악의 제거가 곧 정의라는 사고는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사회 구조나 제도의 개입, 다층적인 논의의 여지를 배제합니다.
진정한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악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그 악이 자라난 토양과 시스템까지도 돌아보고
어떤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히어로 영화가 점점 철학적 사유를 품기 시작하는 지금,
이 ‘정의의 형식’에 대한 반성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2. 이상적인 정의란 무엇인가: 분배, 책임, 공존의 관점

정의는 단순히 악을 응징하는 행위로 환원될 수 없습니다.
철학에서 정의는 ‘누가 무엇을 가질 자격이 있는가’,
‘어떻게 자원을 나눌 것인가’,
‘사회는 소수자와 다수를 어떻게 조화롭게 포용할 것인가’ 같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를 포함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상적인 정의란
폭력적 응징이 아닌 분배의 공정성, 권리의 평등, 공동체의 책임 분담이라는 복합적 요소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현대 정의론을 대표하는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를 “공정한 절차를 통한 분배”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사회적 자원과 기회의 배분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며,
특히 가장 불리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정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히어로 영화가 그리는 정의는
매우 제한적이고, 때로는 위계적입니다.

예를 들어 《블랙 팬서》의 킬몽거는
세계 곳곳에서 억압받는 흑인들의 고통을 언급하며,
와칸다의 기술력과 자원이 그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방법은 과격하고 폭력적이지만,
그가 제기한 질문은 ‘정의로운 세계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입니다.
히어로 영화가 종종 놓치는 지점은 바로 이런 분배와 책임의 철학적 층위입니다.
‘악을 무찌른 뒤’의 세상이 어떻게 운영되는가,
그 안에서 억압받던 계층이 어떤 방식으로 회복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는 그 논의에서 한 발 물러섭니다.

또한 이상적인 정의는 개인의 영웅적인 선택보다
공동체적 연대와 제도적 합의 속에서 실현되어야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히어로들의 힘을 규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와,
개인의 도덕적 자유를 지키려는 주인공 간의 충돌이 그려집니다.
이 영화는 정의의 실행 방식이 개인의 판단에만 맡겨질 수 없으며,
그 결정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심은 ‘누가 옳은가’에 머무르고,
‘어떻게 함께 정의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제한적입니다.

현실의 정의는 한 명의 강력한 인물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합의와 끊임없는 조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가치입니다.
히어로 영화가 진정 이상적인 정의를 제시하고자 한다면,
그 서사 안에서 공동체의 목소리, 소수자의 권리,
제도적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서사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정의는 명분이 아니라 과정이며,
누가 폭력을 행사했는지가 아니라
그 폭력이 어떤 구조를 바꾸었는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3. 히어로는 정의의 집행자인가, 설계자인가?

히어로 영화는 종종 주인공을 정의의 집행자로 설정합니다.
정의는 이미 존재하며, 히어로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정의가 시대와 사회,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히어로는 오히려 정의를 고민하고 재설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는
슈퍼히어로의 자유와 국가의 감시 사이에서 충돌합니다.
이 영화는 정의의 ‘기준’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떤 선택이 더 옳은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으며,
그 안에서 히어로는 판단하고, 갈등하며, 결국 타협해야 합니다.

이러한 서사는 히어로 영화가 점차
단순한 선악 대결을 넘어 철학적 사유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의를 정답이 아니라 문제로 제시하는 순간,
히어로는 이상적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철학적 주체가 됩니다.


결론: 히어로 영화는 ‘이상’이 아닌 ‘가능성’을 제시한다

히어로 영화는 완벽한 정의를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정의는 때로 불완전하고, 모순적이며, 주관적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하는 영화는
비록 이상적 정의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가는 문화적 실험장이 됩니다.

따라서 히어로 영화는 이상적인 정의를 ‘제시’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정의를 원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역할을 합니다.
정의는 고정된 형태가 아닌,
수많은 질문과 충돌 속에서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