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히어로 영화는 권력을 어떻게 정당화하는가 도덕성, 시스템의 한계, 감정이입

by Money697 2026. 1. 13.

영화 '스파이더맨 파프롬 홈'
스파이더맨의 주요장면

 

디스크립션

 

히어로 영화에서 영웅은 종종 국가나 법 위의 존재로 묘사됩니다.
초인적인 능력, 기술, 판단력을 가진 이들이 공적 문제에 개입하고 사회 질서를 바꾸는 경우,
그 행위는 분명한 '권력의 행사'입니다.
하지만 이 권력은 공식적 위임도, 법적 근거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관객은 이들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느끼며, 서사는 이를 지지합니다.
이 글에서는 히어로 영화가 이러한 비공식적 권력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1. 도덕적 정당성: ‘착한 의도’는 면허인가?

히어로 영화는 권력을 도덕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정당화하는 데 능숙합니다.
히어로는 대체로 윤리적으로 옳은 인물로 그려지며,
그들의 행동은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한 것으로 포장됩니다.
관객은 그 의도를 ‘선’이라고 신뢰하게 되며, 그에 따라 그들이 행사하는 물리적·기술적 권력 또한 정당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과연 선한 의도만으로 무제한의 권력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대표적 사례인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사적으로 활용하려다
삼촌의 죽음을 계기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신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는 이후 능력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며, 히어로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 구조는 중요한 전제를 내포합니다.
바로, 히어로는 언제나 도덕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신뢰입니다.
이 신뢰는 그들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핵심 기제입니다.

그러나 윤리 철학에서는 이러한 전제를 문제 삼습니다.
칸트적 의무론에서는 ‘착한 의도’만으로 도덕성이 완성된다고 보지만,
현대 철학에서는 의도만으로는 결과의 윤리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더구나 히어로의 판단은 종종 개인의 윤리 기준에 근거한 것이며,
그 기준이 언제나 공동체 전체에 옳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에게 시간을 넘기는 결정을 합니다.
그는 이를 “유일한 승리의 길”이라며 정당화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수많은 생명의 소멸이라는 비극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며,
권력의 행사에는 언제나 복잡한 윤리적 책임이 따름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도덕적 정당성이 권력의 면허로 기능할 때
히어로는 자기 의도를 기준으로 세계를 판단하고, 때로는 법과 제도를 초월하려 합니다.
이는 권력의 자기 정당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도덕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과 사적 정의의 위험이 정당화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결국 영화는 관객에게 묻고 있습니다.
“그가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힘도 착한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은 한,
히어로의 권력은 언제든 윤리와 통제 사이의 긴장 위에 놓이게 됩니다.


2. 시스템의 한계 드러내기: "국가보다 더 유능한 개인"

히어로 영화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제도와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개인의 개입을 ‘필연적’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즉, 기존의 정부, 경찰, 군대, 사법 체계가 무능하거나 부패했기 때문에
히어로가 나서지 않으면 사회적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설정이 전제됩니다.
이런 구조는 히어로가 법과 제도 바깥에서 행동하더라도
그 행동이 ‘더 나은 선택’처럼 보이게 만드는 프레임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은 고담시의 실패한 시스템을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고담의 경찰은 범죄조직과 결탁하거나 무력하고,
정치인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들은 범죄에 무력합니다.
이 상황 속에서 배트맨은 사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유일한 질서 유지자처럼 기능하게 됩니다.
그의 권력은 법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법보다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아이언맨》 시리즈의 토니 스타크 또한
미국 정부나 군대가 대응하지 못하는 글로벌 테러 문제에 직접 개입합니다.
그는 민간인 신분이면서도, 정부보다 빠르게 무기를 만들고 전장에 투입되며,
심지어 외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작전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의 개입이 국가로부터 공식 위임된 것이 아님에도,
영화는 그 행동을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으로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결과 중심 윤리관, 즉 **공리주의(utilitarianism)**와 긴밀히 연결됩니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기준을 강조하며,
행위의 도덕성을 결과로 판단합니다.
히어로 영화 속 세계관에서는
시민의 안전과 생존이라는 결과가 확보된다면,
그 과정이 공식적이거나 합법적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식의 도덕적 정당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당화 방식은 현실 정치 철학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위기 상황에서의 예외적 권력’이 반복되면
그 자체가 권위주의적 정권이나 폭력적 통치의 기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히어로가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고,
그의 개입이 민주적 책임 구조 바깥에 있다면,
그 권력은 자칫 무제한의 독점적 판단력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히어로 영화는 이 위험을 때때로 메타적으로 반영하기도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초능력자들의 자율적 판단이 오히려
국제적 피해를 낳는다는 사실을 제기하며,
“권력에는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조명합니다.

결국, 시스템의 실패를 통해 히어로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방식은
한편으로는 영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장치지만,
동시에 권력이 민주주의적 통제 밖으로 벗어났을 때의 위협성도 내포합니다.
히어로는 시스템을 보완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시스템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권력자인가?
이 질문은 히어로 영화가 반복해서 다루는 중요한 딜레마입니다.


3. 감정 이입과 개인 서사: 영웅의 상처에 공감하라

히어로 영화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바로 감정 이입을 통한 서사적 설득입니다.
즉, 관객이 히어로의 개인적 상처와 고뇌에 공감하도록 서사를 구성함으로써,
그가 행사하는 권력을 비판의 대상이 아닌 정서적 지지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은 이성적 논증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관객의 인식을 변화시킵니다.

대표적인 예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입니다.
그는 천재 공학자이자 억만장자라는 특권적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이 개발한 무기들이 전 세계에 고통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깊은 죄책감과 윤리적 각성을 겪습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아이언맨 수트를 개발하고,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을 수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과 변화는 단순한 힘의 사용을 넘어,
그 힘이 속죄와 책임의 도구로 전환되었음을 관객에게 설득합니다.

이처럼 히어로의 심리적 내러티브는 그가 어떤 배경에서 권력을 얻게 되었고,
왜 그 힘을 사용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정당화 기제로 작동합니다.
그의 힘은 더 이상 오만과 과시의 상징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과 인간적 불안정성의 표현으로 전환됩니다.
관객은 히어로의 고통에 감정 이입함으로써,
그가 행사하는 물리적 권력에 대해 비판보다 공감을 우선하게 되는 심리적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또한 이 감정 서사는 집단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장치로도 활용됩니다.
예컨대 《블랙 팬서》의 티찰라는
단순한 왕이 아니라 조상과 전통, 민족의 기억을 짊어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의 결정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적 책임과 미래 비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가 행사하는 권력은 독단적이기보다는 대표성과 희생의 서사로 정당화됩니다.

이러한 감정적 정당화는 관객이 히어로를 단지 ‘힘 있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것을 막고,
그를 ‘상처받은 인간’, ‘고민하는 존재’, ‘선택을 강요당한 인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힘의 사용은 오히려 용기, 책임, 고통을 동반한 윤리적 실천으로 읽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역설적으로 비판을 차단하는 효과도 가집니다.
히어로가 너무 ‘인간적’이고 ‘불쌍하게’ 느껴지게 되면,
그의 권력 행사나 폭력적 개입이 부정적으로 읽히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감정 이입은 권력의 위험성을 흐리게 만들며,
영화 내에서 히어로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는 식의 일방적 신뢰 구조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히어로 영화는 감정 서사를 통해 권력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관객이 도덕적 판단보다 감정적 연민에 의존하도록 유도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히어로 서사의 강력한 설득 메커니즘이며,
동시에 우리가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정당화의 감정 정치입니다.


결론: 정당성은 결과가 아닌 서사로 만들어진다

히어로 영화 속 권력은 제도적 근거보다 이야기와 감정, 윤리와 결핍을 통해 정당화됩니다.
제도 바깥에서 힘을 쓰는 인물이 관객의 지지를 받으려면
그가 어떤 도덕적 여정과 내면적 고통을 겪었는지가 핵심으로 부각됩니다.
즉, 영화는 법보다 정서적 납득과 윤리적 감수성에 기대어 권력을 설명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때로 위험한 정당화의 함정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선한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권력이 행사되는 순간,
그 힘은 언제든지 폭력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히어로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정의는 누가 판단하며, 그 힘은 어떻게 통제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히어로 영화가 오늘날 단순한 오락을 넘어
윤리와 권력에 대한 성찰의 장으로 기능하게 만든 핵심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