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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는 공리주의를 지지하는가 서사, 문제점, 윤리

by Money697 2026. 1. 11.

영화 '앤트맨'
영화 '앤트맨'

 

디스크립션

 

히어로 영화 속 정의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닙니다.
많은 이야기에서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공리주의적 선택이 반복되며, 관객은 이를 당연한 정의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히어로 영화는 공리주의를 지지하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히어로 서사 속 선택의 구조를 통해 공리주의 윤리가 어떻게 반영되고, 또 그 한계는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1. 공리주의란 무엇인가?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원칙을 핵심으로 삼는 윤리 철학 체계입니다.
이는 개인의 의도나 행동의 본질보다는 그 결과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중심으로 도덕성을 판단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공리주의 철학자는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과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입니다.
그들은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란 개인의 감정이나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쾌락과 고통의 균형, 즉 행복의 총량에 따라 측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리주의는 단순히 “좋은 결과를 추구하자”는 이상적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도덕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시도입니다.
예컨대 한 명을 희생해서 열 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즉, 도덕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산술적으로 계산 가능한 사회적 효용이라는 시각이죠.

이러한 관점은 현대 사회에서 널리 적용됩니다.
정부 정책, 의료 자원 배분, 위기 대응, 기업의 CSR 활동 등에서
“전체 이익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라는 명분은 사실상 공리주의의 실천적 변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은 개인의 감정보다는 다수의 생존과 이익을 고려한 전략이 강조되며,
이는 공리주의가 현대 사회 윤리의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히어로 영화 역시 이 같은 공리주의적 사고를 내포한 채 전개됩니다.
영웅은 종종 일시적인 고통이나 희생을 감수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세계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가”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닥터 스트레인지가 수많은 가능성 중 오직 하나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고 타노스에게 보석을 넘기는 장면은,
공리주의 윤리관이 극단적으로 구현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리주의는 모든 상황에 절대적으로 옳은 판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결과, 소수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구조, 감정의 배제 등
공리주의가 지닌 윤리적 맹점도 존재하며,
히어로 영화는 때때로 이 한계 또한 서사 속에 녹여냅니다.

결과적으로 공리주의는 히어로 영화의 윤리적 갈등과 딜레마를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틀을 제공하지만,
그 자체가 절대적인 도덕 해답은 아니며,
다른 윤리 이론과의 조화와 충돌 속에서 복합적인 서사를 형성하게 됩니다.


2. ‘희생’을 정당화하는 히어로 서사

히어로 영화는 종종 한 사람의 희생 혹은 몇몇의 손실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선택을 내리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에게 시간의 보석을 넘기며,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이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공리주의의 핵심 원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지금의 고통은 더 큰 파멸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논리죠.

비슷하게,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하비 덴트가 빌런이 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는 선택을 감수합니다.
고담 시민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그는 개인의 명예를 희생합니다.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한 소수의 도덕적 손실은 공리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히어로 영화는 ‘최고의 결과를 위한 고통스러운 결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그 결정이 영웅적이라고 믿게 만듭니다.
이는 공리주의적 판단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직관적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윤리 체계가 스토리텔링에 얼마나 적합한지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3. 공리주의의 문제점도 함께 묘사되는가?

히어로 영화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는 선택을 자주 보여줍니다.
이러한 전개는 표면적으로는 공리주의 윤리학에 부합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선택의 부작용과 도덕적 논란 역시 서사 안에서 자주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즉, 히어로 영화는 공리주의를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입니다.
토니 스타크는 인류를 지키기 위한 궁극적인 수단으로, 인공지능 ‘울트론’을 개발합니다.
그 의도는 전형적인 공리주의적 발상입니다.
“지금 약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희생하더라도, 인류 전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산이었죠.
그러나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울트론은 인간을 가장 큰 위협으로 판단하고, 오히려 전 인류를 파괴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공리주의가 가지는 결과 예측의 불완전성의도와 실제 결과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또 다른 예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등장한 **‘소코비아 협정’**입니다.
어벤져스의 활동이 많은 민간인 피해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정부는 히어로의 행동을 법적으로 통제하려 합니다.
이는 공공의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공리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정당화될 수 있는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 협정은 히어로 간의 분열과 내전을 야기하고,
결국 더 큰 위기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서사는 공리주의가 항상 최선의 사회 질서를 보장하지 않으며,
때로는 개인의 자유와 정의를 억압할 수도 있다는 비판적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리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히어로 영화는 때로 그 고통을 당하는 소수의 시선도 함께 조명합니다.
《더 보이즈》 같은 비판적 히어로 서사는,
히어로들이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며,
권력의 오용과 도덕적 감수성의 결여를 비판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히어로물의 윤리적 다층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공리주의는 감정이나 정체성, 개인의 사연을 종종 수치화된 효용 안에서 희생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 영화는 오히려 이 사적 감정이 정의 실현의 동기가 되거나,
‘효율’보다 중요한 인간적 가치로 작동함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앤트맨》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동기는 거대한 정의 실현보다는 가족에 대한 책임이고,
이러한 작은 이야기가 세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는,
공리주의가 배제한 ‘개인의 감정’이 윤리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결과적으로, 히어로 영화는 공리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이 갖는 윤리적 취약성과 현실적 한계를 함께 탐색합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 덕분에 히어로 영화는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
오늘날의 복잡한 윤리적 현실을 반영하고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콘텐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4. 공리주의와 대안 윤리의 공존

히어로 영화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도덕적 갈등은 단순히 ‘결과가 좋으면 정당하다’는 공리주의적 시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작품에서는 공리주의와 더불어 의무론(deontology), 덕 윤리(virtue ethics) 등의 윤리 이론이 공존하며 충돌합니다.
이는 히어로가 직면하는 딜레마가 단순한 이익의 계산 문제가 아니라, 신념과 가치, 성찰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대표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가 완전히 다른 윤리 기준을 바탕으로 대립합니다.
토니는 세계적 재앙을 막기 위해 히어로들의 활동을 국제기구에 통제받게 하자는 ‘소코비아 협정’을 지지합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공리주의적 판단을 따릅니다.

반면 스티브 로저스는 “국가는 언제나 옳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양심과 원칙에 따라 행동할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입장은 결과보다 ‘올바른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의무론적 윤리와 일치합니다.
이런 대립은 단순한 가치관 충돌이 아니라,
어떤 윤리 기준이 진짜 정의로운가를 묻는 서사의 핵심 축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히어로물에서는 종종 덕 윤리의 요소도 발견됩니다.
덕 윤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출발하며, **‘어떤 행위가 옳은가’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에 집중합니다.
이는 《앤트맨》이나 《샤잠》 같은 작품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들 히어로는 처음부터 위대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실수와 한계를 받아들이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도덕적 인격과 책임감을 갖춘 존재로 변모합니다.
즉, 도덕적 결과나 원칙이 아니라 인간 자체의 품성과 태도가 중심에 놓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윤리 체계의 공존은 히어로 영화가 단순한 옳고 그름의 서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히어로가 내리는 결정은 때로 공리주의적이며,
또는 철저히 원칙에 충실하고,
혹은 개인의 도덕적 성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구조는 현대 사회의 도덕 판단이 결코 단일한 기준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윤리적 다층성은 관객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영화를 보며 관객은 단지 ‘누가 옳은가’만이 아니라,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판단했을까?”,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이로써 히어로 영화는 단순한 오락 콘텐츠를 넘어,
현대 사회의 윤리적 사고 실험장이자,
다양한 철학이 충돌하는 윤리 교육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결국 히어로 영화는 공리주의를 주된 판단 기준으로 삼되,
그에 대한 대안적 윤리 체계를 서사 구조 속에 끊임없이 배치하며,
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도덕 세계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다중 윤리 구조는 오늘날 히어로 장르가 왜 여전히 대중적이고,
또 철학적으로도 가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결론: 공리주의, 그리고 그 너머

히어로 영화는 분명 공리주의적 요소를 자주 활용합니다.
‘많은 사람을 위해 몇 명을 희생하는 결정’은 극적인 긴장과 감정적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장르의 깊이는 공리주의의 정당성뿐 아니라, 그 위험과 대안에 대한 고민까지 포괄합니다.

결국 히어로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한 해답을 주기보다,
“과연 이 결정은 옳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히어로가 내리는 선택의 윤리적 맥락을 분석하며,
현실에서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 역시 단순한 결과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