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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옳은 선택을 내리는 이상적인 존재처럼 그려집니다. 그러나 그들의 결정은 과연 항상 도덕적으로 옳은 것일까요? 이 글은 윤리 철학의 관점에서 영웅의 선택과 그 정당성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며, 선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판단들이 진정한 정의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1. 결과주의와 히어로의 선택: 선한 결과가 모든 걸 정당화할 수 있을까?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종종 어려운 선택 앞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그들은 선택의 과정을 합리화하면서, 자신이 추구한 결과의 ‘선함’을 근거로 행동의 도덕성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윤리학에서 말하는 결과주의, 특히 공리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며, 행위의 옳고 그름을 결과에 따라 판단합니다. 즉, 수단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결과가 선하다면 그 선택은 정당하다는 관점입니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이언맨의 선택입니다. 그는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지능 무기인 ‘울트론’을 개발합니다.
그 의도는 선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전 지구적 위협을 만들어내고 맙니다. 아이언맨은 인간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파괴의 씨앗을 만든 셈입니다.
이처럼 결과주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때로는 선의로 시작된 선택이 커다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영화는 드러냅니다.
또 다른 예로, 《닥터 스트레인지: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단 하나의 ‘승산 있는 미래’를 위해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감수합니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타노스를 무찌를 기반을 마련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고통과 혼란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결과가 좋기만 하면, 그 과정에서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또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행한 모든 결정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제시합니다.
히어로 영화는 단순히 결과로 모든 선택을 정당화하지 않으며, 의도와 과정, 책임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결과가 긍정적이었다 해도, 그 선택이 불러온 상처와 희생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결과주의적 선택이 항상 옳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현대 히어로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윤리적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2. 의무론과 히어로의 도덕적 책임: 수단은 정당한가?
히어로 영화에서 스티브 로저스, 즉 캡틴 아메리카는 항상 원칙과 신념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정부가 히어로들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슈퍼히어로 등록법’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그의 입장은 단순한 반항이 아닌, 자유 의지와 도덕적 판단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스티브는 “국가나 제도보다 중요한 건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라는 신념을 통해, 개인의 도덕적 책임이 외부의 명령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학(deontological ethics)**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칸트 윤리에 따르면 인간은 단순히 결과를 보고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의도’와 ‘원칙’이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옳은 일’을 해야 하며, 도덕적 의무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입니다.
스티브 로저스는 바로 이 철학을 영화 속에서 구현하는 인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의도는 순수할 수 있지만, 그 순수한 의도가 예기치 못한 갈등과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영화는 놓치지 않습니다.
등록법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어벤져스의 분열로 이어졌고, 지구를 지키는 중요한 순간에 히어로들이 단결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스티브의 도덕적 고집은 고결하지만, 그것이 항상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히어로 영화는 의무론이 지닌 도덕적 이상주의와, 그 이상이 현실에서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원칙이 필요하지만, 그 원칙이 지나치게 절대화될 경우 타협과 협력의 여지를 차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것이죠.
즉, 도덕적 책임이란 단지 올바른 행동을 고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선택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복합적인 윤리 의식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 덕 윤리와 영웅의 인간성: 좋은 사람인가, 옳은 사람인가?
히어로는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지만, 결국 인간적인 감정과 약점을 가진 존재입니다.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책임과 사생활, 정의와 복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과 연결됩니다.
즉, 인간은 선한 의지와 습관을 통해 **좋은 사람(good person)**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터는 완벽하지 않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옳은 선택을 하려 노력합니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규칙이나 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적 성찰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에게도 “당신은 어떤 성품을 가진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웅을 이상적인 존재가 아닌 성장하고 실수하는 인간으로 그려냅니다.
4. 집단 윤리와 희생: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정당한가?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고담시의 안녕을 위해 자신이 범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씁니다.
이는 개인의 명예를 포기하면서까지 집단을 보호하는 선택입니다.
이러한 장면은 집단 윤리 또는 공동체 윤리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즉, 공동의 선을 위해 개인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반복될 경우, 개인의 권리는 점점 침해되고,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무제한의 통제가 정당화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히어로 영화는 이러한 희생의 미화가 자칫 권력의 정당성으로 오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집단 윤리가 지닌 모순과 위험성을 함께 보여줍니다.
5. 윤리적 회색지대: 정답이 없는 선택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많은 히어로 영화가 정답 없는 선택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인피니티 워》에서 스타로드는 감정적 충동으로 인해 작전을 망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계산하여 단 하나의 승산 있는 경우를 선택합니다.
이 모든 선택에는 누군가의 죽음과 희생이 따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히어로는 신이 아니며,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히어로를 이상화하지 않고,
윤리적 모호성과 인간의 한계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관객 역시 이런 복잡한 선택 앞에서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영웅의 선택이 아니라 고뇌와 책임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결론: 히어로는 옳으려고 노력하는 존재
히어로의 선택은 항상 옳지는 않지만, 그들은 늘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 노력합니다.
윤리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히어로란 정답을 아는 자가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자입니다.
그들의 서사는 도덕적 완벽함보다 고뇌, 실패, 책임, 성찰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우리는 그 여정을 통해 삶 속 윤리적 선택의 무게를 함께 느끼게 됩니다.